[아시아경제] VR로 추락사고 직접 겪어보니..2m 높이도 치명적

롯데건설 안전체험관 '세이프티 온'
VR 등 첨단시설로 현장 위험 직접 체험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십미터(m) 위 구조물에 올랐다. 강풍이 불고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가 흔들리자 몸까지 휘청인다. 그때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 주변에서 위험하다며 전화를 받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무시했다. 몸이 살짝 기울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순식간에 하늘과 땅이 뒤집혔다. “악!” 외마디 비명이 절로 터져나오고 말았다. 가상현실(VR)기기를 통한 건설현장 추락 가상경험이었다.

 

21일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 내 안전체험관 ‘세이프티온(Safety On)’을 찾았다. 추락·화재·전도·질식·감전 등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13가지 재해 상황을 VR과 첨단시설로 체험하는 곳이다. 올해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 기업들은 건설현장 안전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안전체험관은 그런 노력의 연장선이다.

 

체험관에 들어서자마자 이날도 롯데건설 직원 일부가 ‘안전벨트 추락’ 시설을 체험하고 있었다. 추락은 건설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 유형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건설현장 사망사고 중 추락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38.8%로 가장 높다. 롯데건설 안전체험관 책임자인 차득로 수석은 “추락사고는 의외로 2~3m 수준 높이에서 자주 발생한다”며 “이 정도에서는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방심 때문”이라고 했다. 이달 발생한 고속도로 건설현장 사망사고 근로자가 역시 발을 헛디뎌 3m 아래로 추락해 발생한 일이다.

21일 오후 경기 오산시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 안전체험관 '세이프티온'에서 체험자가 VR기기를 착용하고 건설현장을 경험하고 있다.

체험관에 마련된 ‘개구부(크고 작은 통로·구멍 등) 추락 ’ 코너는 불과 2m 높이일지라도 추락시 얼마나 치명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지 겪게 해준다. 마련된 시설 위로 올라가면 갑자기 바닥이 열리면서 아래로 추락한다. 대부분 체험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마는 곳이다. VR체험공간도 비슷하다. VR기기를 머리에 착용하면 평소 접근이 어려운 건설현장 한가운데로 들어갈 수 있다. 사다리를 탈 수도 있고, 아슬아슬한 비계를 걸어볼 수도 있다. 바닥 시설도 눈앞 화면에 맞춰 움직이며 현장감을 더한다.

 

이런 교육과 체험이 목표하는 건 안전의식 재무장과 경각심 고취다. 간접 체험이라도 몸으로 직접 겪은 경험은 노동자·안전관리자들에게 평생의 교훈으로 남는다고 한다. 오재균 롯데건설(구리현장 근무) 사원은 “눈앞에서 사고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고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던 게 사실”이라며 “직접 사고 체험을 해보니 현장을 엄정히 관리하고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세이프티온 안전체험관은 하루 18명, 한달 288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파트너사까지 포함해 3년안에 4만명을 교육·체험시키는 것이 목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이 직접 사고 상황을 체험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인식하고, 그에 따른 대처 능력을 향상시켜 중대재해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해당 기사는 김동표 기자님에게 사전 승인받아 게재하였습니다.

롯데인재개발원 세이프티온 VR Room에 적용된 안전교육 콘텐츠와 시뮬레이터는
엠라인스튜디오가 자체 개발한 VR안전교육 시스템 '세이프라인(SAFELINE)' 제품이 적용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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