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스마트 건설 안전 리뷰①」 건설 현장 재해막는 ‘디지털 체험 콘텐츠’ 제작, 어떻게 이뤄지나?

“삼성물산·포스코ICT·공공기관 안전교육 우리손에”… 교육 솔루션 기업 ‘엠라인스튜디오’

편집자주)

어느덧 디지털 혁신 연재 3개월차, 이렇게 전통 기업의 디지털 혁신 사례를 정리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냉큼 의미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고군분투하며 전통기업들의 스마트 혁신 사례를 정리하고 있는데, 비밀은 많고 선수들은 다 아는 고리타분한 주제라는 걸 인지하고 있으니 힘들 수밖에요. 그래서 기술을 체험해보기로 했습니다. 기술 혁신을 연재한다면서 혁신을 몸으로 느껴보지 않는 것도 어불성설이니까요.

[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따가워 눈을 뜰 수도 없을 햇살이 내리쬐던 21일, 서울 강남구 엠라인스튜디오로 출발했다. 엠라인스튜디오는 지난 2018년부터 교육 솔루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며 건설·중공업계 안전 교육 콘텐트를 제공하는 등 관련 업계서는 선두주자에 있다는 평이 나오는 업체다.

 

본래 애니메이션 등 콘텐트를 제작했으나 ‘블루오션’이던 안전교육 확장(XR)현실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며 ‘핫’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기자가 삼성물산·포스코·대우조선해양·SK건설·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혁신 기반 스마트 교육 솔루션 사례를 취재하며 알게된 업체다.

 

골목에 들어가 건물 5층으로 올라가니 김현승 엠라인스튜디오 전략기획팀 책임이 맞았다. 그는 PM(Product Management)·PD(Product Director) 역할도 겸업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공공기관·기업 등의 콘텐트 의뢰를 받으면 김 책임 같은 기획자가 전 과정을 꾸린다. 그는 영화·영상업계서 일했다.

 

김현승 책임이 기업으로부터 공유받은 사고 시나리오를 설명하고 있다. 대외비라 모자이크한 점 양해 부탁한다. (사진=강민혜 기자)

전략기획실이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시나리오를 공유받으면 PM이 콘텐트 윤곽을 잡는다. PM이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한다면 PD는 시나리오, 개발 실무를 개발자, 디자이너, 하드웨어 필요시 제작자, 설계자, 실무 제작진과 소통, 조율한다. 제작 후 납품이다.

 

지난 2019년 말부터는 XR 솔루션 플래너를 기업 모토로 정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형태의 가상현실을 솔루션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코로나19 이후 ‘메타버스(Meta+Universe)’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사장됐던 기술’들이 융합돼 시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지난 2003년 출시된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미국 개발사 린든랩이 만든 온라인 게임 세계)’는 가상 코인을 벌고 가상 공간서 생활하는 현재의 메타버스 시초격이었다. 다만 유행이 끝나자 잊혔다.

 

“이미 나와 있고 실패했다고 (시장에서) 판정한 것인데 다시 부각되고 있어요. 가상현실(VR) 기기는 몰입성이 있죠. 둘이 융합되니 PC 기반 메타버스보다 몰입도 높은 가상현실이 나온 거예요.” (김 책임)

 

김 책임이 속한 엠라인스튜디오는 VR 기기 활성화로 메타버스에의 몰입감이 커진 점에 주목했다. 건설중공업계에서 안전교육은 필수다. 이전에는 그저 말로만 설명하거나 책자로 공유했던 내용에 대해, 놀랍게도 현장서는 단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안전고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부주의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는 고스란히 사고로 연계된다.

 

“몰입감을 높여 안전교육 메타버스 속에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누군가의 죽음이 발생한다는 걸 확실히 인지시킵니다. 관리자, 신호수 등 안전 관리에 경각심을 특히 가져야 하는 사람 위주로 교육하죠.”

 

지난 2016년부터 각종 업체의 요청으로 만들던 안전관리 콘텐트는 한계를 맞는다.

 

엠라인스튜디오도 마찬가지였다. 시나리오를 의뢰받아 콘텐트를 만들긴 하지만 소재가 한정적이고 안전사고가 근본적으로 줄어드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사고 경각심을 일으키는 데에는 좋지만 소모적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차라리 교육 측면을 강화해 지속성 있는 평가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가상현실 특장점을 활용해 메타버스 장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었다. 비용 대비 투자 효과가 좋았다.

 

변화의 시작은 삼성물산의 스마티스마티(SMAR’T, Samsung C&T Smart Training)였다. 스마티는 기존 콘텐트 학습에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서버에 들어가 각 학습자가 1·2차 교육서 얼마나 큰 평가 차이를 얻었는지, 상승률, 평균 등도 나온다. 전체 평균점수도 알 수 있다.

 

우수 학습자별 순위도 공개된다. 이를 통해 각 학습자나 관리자 등은 자신이 얼마나 학습 과정서 발전했으며 차수를 더해가며 실학습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엠라인스튜디오가 게임사 기반이라는 것은 콘텐트 개발에 도움이 됐다. 가상현실이란 게임 제작 능력이 기본이다.

스마티 기반 학습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 관계자들 모습이다. (사진=삼성물산 제공)

이 때문에 다른 시장에 주력하는 기업 등이 안전 교육을 위해 계열사 등에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거나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배경도 블루오션을 포착한 배경이 됐다. 안전 교육이란 기업 입장서는 수익 없는 투자라는 개념이 아직은 강하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에 품질 좋은 게임용 3D 엔진을 쓴 것도 엠라인스튜디오가 이 시장서 주도권을 가진 계기가 됐다.

 

엠라인스튜디오는 ‘유니티’ 대신 ‘언리얼(대작용 엔진)’을 쓴다. 영세업체는 유니티를 주로 쓰는 것과 달리 구현 비용이 필요한 언리얼은 색감 등의 표현에 자유도가 높아 기획자 의도를 살린 콘텐트 제작이 비교적 가능하다는 후문이다. 언리얼이 통상 유니티보다 고도화된 엔진으로 꼽힌다.

 

또한, 학습자와 콘텐트의 상호작용성도 높였다.

스마티를 활용하면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 시나리오 공유에서 나아가 학습자의 습득 상태를 확인하는데 용이하다. (사진=강민혜 기자)

그저 보고 학습하는 것과 달리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전 교육에서 추락 후 착지가 끝이었던 것과 달리 학습자가 직접 무엇이 위험한지 찾고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지속가능성 있는 기획을 마련한 것이다.

 

“기업들도 ‘현타’가 왔습니다. 가상현실 속에서 안전 사고 체험을 하긴 하는데, 이게 실효성 있는 교육으로 이어지는 건지, 측정 가능한 평가 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지속가능성을 꾀할 때가 왔던 거죠.” (김 책임)

 

2편에 계속됩니다.

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minera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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