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스마트 건설 안전 리뷰②」 아찔한 현장의 공포 그대로…시뮬레이터 체험에 ‘현타’ 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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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디지털 혁신 연재 3개월차, 이렇게 전통 기업의 디지털 혁신 사례를 정리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냉큼 의미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고군분투하며 전통기업들의 스마트 혁신 사례를 정리하고 있는데, 비밀은 많고 선수들은 다 아는 고리타분한 주제라는 걸 인지하고 있으니 힘들 수밖에요. 그래서 기술을 체험해보기로 했습니다. 기술 혁신을 연재한다면서 혁신을 몸으로 느껴보지 않는 것도 어불성설이니까요.

[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자, 이제 체험해볼 차례다. 경각심을 높이는 데만큼은 효과가 있었다는 시뮬레이터부터 만나보기로 했다. 인터뷰를 마친 기자는 김 책임을 따라 4층 콘텐트개발팀, 기술연구팀으로 내려갔다. 개발자 네 명이 한 방에 모여 한창 회의 중인 모습을 지나 옆 방에 갔다.

 

지난 2016년 세상에 선보인 사고체험용 시뮬레이터가 있었다. 현재 기준 100대 정도가 업체로 팔려나갔다는 설명이다. 

 

당시로선 생소했던 가상현실 안전교육을 실감나게 돕는 기구다. 시뮬레이터 위에 올라가 VR(가상현실) HMD(헤드셋)를 머리에 착용하고 양손에 트레커(Tracker)를 잡았다. 방아쇠(업체 측 표현)를 당기면 가상현실 속 장갑을 낀 기자의 손이 움직였다. 지시에 따라 공사현장의 작업을 시작했다.

바이브(VIVE) VR(증강현실) HMD(헤드셋), 트레커(Tracker). (사진=강민혜 기자)

공구를 주워 담으라는 지시에 따라 바구니에 넣었다. 한 손으로 들고 보수할 곳을 지시대로 따라 바라봤다. 위 층의 공구함이 빈 공간에 매달려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있었다. 

 

한 손에는 바구니를 끼고 우측 사다리를 다른 한 손으로 잡아 올라갔다. 계속 올라가다 사다리 끝에 다다를 때, 사다리가 뒤로 넘어져 건물 밖으로 추락했다. 원인은, 안전고리를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찔하게 떨어지는 느낌에 식은땀이 흘렀다. 평소 놀이기구와 VR어트랙션(가상현실 기반 놀이기구) 등을 무서워하지 않고 즐기는 기자에게도 고층 건물에서의 안전 작업 중 추락 체험은 오싹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아득히 멀리 떨어지다가 눈앞에 피까지 튀기니 말문이 막혔다.

김 책임이 진동판에 발을 올려 시뮬레이터 작동의 실감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덤덤하신 편이에요. 소리 지르시는 분들도 가끔 계셔요.”

 

김 책임이 말했다. 이해 가는 발언이었다. 아득한 그 기분은, 건설 현장에서의 경각심 하나만큼은 확실히 익힐 것이 분명했다. 

 

아쉬운점은 문제를 찾아내 직접 작업자가 뭐가 잘못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학습법없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발된 다음 프로그램으로 이동했다. 삼성물산 스마티 프로그램이었다.

 

자리에 앉아 VR HMD를 착용했다. 트레커는 필요없었다. 사용자의 손을 추적하는 이른바 ‘핸드 트레킹’ 기술로 충분했다. 교육을 위한 학습 영상이 실사용자들에겐 제공되나 기자는 체험부터 시작했다.

지게차 학습 후 안전 교육 장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한다. (사진=강민혜 기자)

이동식 크레인 지게차 2차 평가 화면이 나타났다. 여러 개 보기 중 틀린 문제를 찾는 것처럼, 안전규칙에 어긋난 상황을 골라내야 한다. 기자의 체험하면서는 작업자가 크레인에 무리해 두 단을 쌓자 사고가 났다. 이 사고가 나기 전 학습자는 손으로 틀린 상황을 골라내야 한다. 두 단을 올린 크레인을 기자가 잡아냈다면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평가 화면서 학습자의 결과표가 뜬다. (사진=강민혜 기자)

학습을 끝내면 사고로 몇 명이 사망했는지 나온다. 무엇을 틀렸는지 등을 포함한 동영상 교육도 나온다. 주시하지 않으면 벌어질 안전 사고 가능성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위의 안전사고 상황 콘텐트 등은 15개 에피소드가 있다. 같은 콘텐트지만 시점이 다르다. 시점만 달리 같은 상황을 두 번 이상 학습해도 웬만해선 틀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형 장비에 대한 ‘디지털 트윈(쌍둥이)’ 디자인으로 메타버스 속 학습도 진행한다. 의뢰처를 밝힐 수 없는 국내 모 대기업과 한국탄소융합기술원 등이 이 같은 방법으로 신입사원이나 현장 투입 예정 인원 등을 교육한다. 실제 공장 설비 등을 그대로 본떠 만들고 세부 요소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메타버스 학습 프로그램은 기업 보안 관련 문제로 사진을 공개할 수 없어 시뮬레이터로 대신 한다.
메타버스 프로그램은 시뮬레이터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강민혜 기자)

학습자들은 직접 공장에 가지 않고도 비대면 교육 시설 혹은 집에서 메타버스 속 동료와 감독자 등을 만나 자신의 자리에서 어떻게 작업해야 하는지 익힌다. 이같은 디지털 트윈 작업 프로그램은 일반 콘텐트에 비해 작업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공장서 실측하는 등의 과정이 정교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작은 시나리오 하나 기준 최소 4개월, 5000만원 수준인 것이 디지털 트윈의 경우 수년이 걸리거나 억단위로 프로그램 제작 비용이 뛴다.

포스코ICT 유압설비 근무자 위한 안전 교육 콘텐트 화면.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디지털 트윈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엠라인스튜디오 제공)

큰 돈이 들어가지만 아주 작은 요소까지 실제와 똑같이 만들기 때문에 거대 장비를 움직이지 않아도 돼 의뢰를 한 곳 입장서는 교육비를 줄이는 셈이 된다. 거대 장비를 움직이는 게 오히려 수천억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에는 말로만 설명하거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장비를 움직였다.

 

김 책임은 체험 끝에 이렇게 말했다.

 

“기존 방식의 시나리오형 스마트 기술 안전 교육 관련해 수요가 줄어드는 걸 느끼고 있어요. 이미 만들어 봤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학습자의 능동성이 요구되는 거예요. 학습자의 반응에 따라 시나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실제 학습 진화 속도를 기술적으로 누적해 공유하는 프로그램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기술에 의존하기만 하면서 떠 먹여 주길 바랄 순 없다. 기술의 주인은 인간이어야 한다. 안전 사고를 방지하는 것도 기술의 힘에 기대지만 인간의 능동성이 주가 되어야 한다. 스마트 기술 도입과 그 실효성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읽히는 부분이었다.

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minera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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